본인 작업은 한지를 주재료로 하고 인체를 모티브로 소조 혹은 인형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예쁘고 아름다움, 그리고 귀여움을 추구했다면 어머니의 사고 이후 통째로 어머니의 삶을 자식으로서 돌아보게 된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인간의 삶에 대해 확장하게 되고 죽음까지 깊이 살피게 된다. 작품의 성향은 어머니를 잃게 될 것에 대한 불안과 의식으로 이어지고 과거의 어머니 삶에 깊이 안착하게 된다. 한지는 어머니의 삶과 참 많이 닮았다. 질긴 듯 하나 물에 닿으면 푸석 연약해지고 거친 듯 하나 아주 부드럽고 따듯하기는 또 얼마나 따듯한지...
인간은 누구나 타자와 관계를 맺고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살다가 여러 가지 감정에 얽히고 풀기를 반복한다. 인간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본인의 삶에서 중요한 모토가 되기도 하고 작업 속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계속되는 삶의 변화 속에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때로 서로에게 거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벽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나와 너의 존재성을 이해하는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즉 사람은 그 자체가 충만한 실재성을 갖고 있으며그존재의미는말이필요없다.
사람은 어떤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고 만나고 나면 이별이 있다는 회자정리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다. 유년 시절의 아름다운 향수를 풍기는 작품에서 어머니의 삶을 통째로 떠올리며 어머니의 아픔, 슬픔, 기쁨, 그리고 신성시되는 어머니의 향기를 표현하게 되고, 어머니가 존재의 무로 돌아가고 나면 내게 남을 감정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본인을 표방한 구슬픈 작품들을 제작하게 되었다. 슬픈 감정은 아름다움의 시작으로 사유하며 이는 본인의 기본적인 심미적 태도이다.